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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뜨리는 작업
운영자 2018-03-06 추천 8 댓글 0 조회 821

깨뜨리는 작업

 

  한적한 토요일 오후,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봄볕이라고 하기에는 좀 이르고, 그냥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한 햇살이 좋아서다. 한 겨우내 추위로 사라졌던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모습을 나타냈다. 잰걸음으로 운동하는 사람들, 자전거며 오토바이로 이른 봄을 질주하는 사람들, 편의점 야외테이블 주변에 빙 둘러 앉아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 무언가 사연을 담아 심각하게 담소를 나누는 카페 안 사람들. 눈에 비치는 그들의 모습이 실로 다양하다. 놀라운 건 아직도 강물이 차가울 텐데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불과 한 주 전만해도 얼음이 녹지 않은 북한강이었는데 한 주 만에 모든 것이 변했다. 

 

  그렇게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걷다 교회로 돌아올 시각이 가까워져 황급히 가던 길을 멈췄다. 얼마나 걸었던지 돌아갈 길이 아득하다. 얼마를 걸었을까. 햇볕도 잘 들지 않는 어둑한 산언덕배기 도로에 작업복을 차려 입은 50대 후반의 한 남자와 조우했다. 주변에는 삽이며 괭이 같은 연장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무언가 열심히 삽질을 해댔다. 자세히 보니 산비탈 쪽이라 햇볕이 들지 않아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을 깨고 있었다. 지난 겨울 켜켜이 쌓여 있던 눈이 녹고 얼기를 반복하면서 단단한 얼음으로 변했다. 분명 갈 때는 없었는데, 언제부터 그 자리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 연신 땀을 흘리며 깨고 긁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그냥 지나치기가 무안해서 무턱대고 수고한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춘 그는 목덜미에 걸려있던 수건으로 땀을 훔쳤다. 이렇게 얼음을 제거해주지 않으면 얼음이 있는지도 모르고 질주하던 사람들이 다치기 일쑤란다. 그래서 이맘때면 이 작업을 꼭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이 있게 마련이다. 변하지 않는 것으로 인해 삶의 위협이 된다면 변화는 인생의 필수항목이다. 하나님이 하시는 작업도 변화를 위한 ‘깨뜨리시는 작업’이다. 하나님이 쓰시기에 합당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다. 묵은 것을 깨뜨리는 변화를 시도해 보자. 지금이 적기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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