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개살구
간만에 교회마당을 벌초(?)했다. 전원생활이 주는 즐거움도 크지 만 그에 따른 걱정거리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곳저곳 손 가는 데가 많다. 잡초제거는 그 가운데 단연 독보적이다. 원하지도 않건 만 어쩌면 그리도 빨리 자라는지. 동네 철물점에서 적잖은 대여비 로 예초기를 빌려다가 잡초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예초기 칼날에 튀어 오르는 작은 돌멩이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느라 아우성이 다. 어떤 것은 따끔거리게 하고, 또 어떤 것은 제법 얼얼하게 한다. 거의 두 시간을 예초기를 맨 채 그러고 있자니 팔도 어깨도 뻐근 하게 저려온다.
힘겨운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레카’라고 외칠 만큼 흥미로운 것도 있다. 그 중 하나가 개살구와의 만남이다. 후미진 곳에 한 뼘 길이만큼 자란 풀을 베다가 우연히 담장 너머로 주렁주렁 매달린 개살구를 보았다. 보기에도 탐스럽다. 그중 노랗게 익은 한 알을 따다가 한 움큼 베어 물었다. 아! 근데 이건 아니다. 얼마나 시고 텁텁하든지. 잘 익은 살구처럼 맛있는 걸 기대해서는 안 된다. 오 죽했으면 빛 좋은 개살구라고 했을까 싶다. 그런데도 개살구는 어 김없이 올 해도 여름의 시작과 함께 곁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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