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 거리
5월의 따스함이 느닷없이 무더위로 바뀌었다. 다음 계절로 넘어가는 시간이 예전보다 훨씬 짧아졌다. 봄인가 싶은데 어느새 여름이다. 짧은 계절의 여운이 못내 아쉽다. 반대로 길고 멀게만 느껴지는 때도 있다. 흔히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가 가장 멀다고 말한다. 그만큼 머리로 이해한 것이 가슴으로 오기까지는 장시간이 걸리는 일들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이해한 척 할 순 있어도, 속으로 알기까진 수많은 깨어짐의 과정을 거쳐야 할 때가 많다. 물론 경험주의가 인생 진리의 척도는 아니지만, 경험한 만큼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삶을 이해하는 시각이 머리에서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고, 머리와 가슴의 거리가 좁혀져 가는 과정이야말로 우리 각자가 지향해야 할 몫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아직도 붙들고 있는 자기만의 아집과 교만은 인생의 정방향을 오히려 역방향으로 틀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만큼 자신을 죽여야 한다. 낮아져야 한다. 결국 성도는 십자가를 붙들고 사는 길 밖에 없다. 여기엔 승화된 아름다움이 선한 열매로 늘 주어지기 때문이다.
삶의 뒤안길을 되돌아보면 깨어졌던 수많은 아픔의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여전히 깨어지고 부서져야 할 모습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말 사람은 아무것도 내어 줄 것이 없을 때, 자랑할 것이 아무 것도 없을 때, 비로소 겸손해지고 가슴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 때가 언제일지 알 순 없지만, 그럼에도 오늘 하루가 그런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댓글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