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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홀씨 되어
운영자 2020-05-31 추천 3 댓글 0 조회 750

​민들레 홀씨 되어

 

​  푸른 신록이 짙어가는 5월의 끝자락이다. 교회 건너편 자전거 도로에서 질주하던 이들의 환호소리가 이곳 목양실까지 들려온다. 그 소리에 이끌려 오전 내내 읽던 책을 던져두고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렇다고 누가 반겨줄 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먼 산만 뚫어지게 쳐다보다 한 곳에 시선이 머물렀다. 교회 앞마당에는 어디서 날아 와 꽃을 피웠는지 노란색 민들레가 눈에 들어온다. 마당으로 나가 풀밭에 쪼그려 앉았다. 생명을 노래하고 있는 민들레를 가만히 응시했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자신의 비밀을 알려주는 것만 같다. 그 비밀이란 수학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민들레의 정교한 구조다. 오른편에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으로 왼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민들레꽃 세 송이가 나를 태초의 세계로 인도한다. “아하! 네가 그렇게 생겼구나!” 사람이 보기에도 신기할 따름인데, 창조주 하나님이 보시기에 얼마나 좋으셨을까.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그렇다. 자연은 언제나 인위적인 묵상보다도 훨씬 감동적인 인생의 깨달 음을 선사한다. 다만 우리가 바쁘다는 핑계로 그 깨달음을 놓치며 산다.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임무를 그저 묵묵하게 행하는 자연은 자신을 남들과 결코 비교하지 않는다. 그래서 불편해 하지 않는다. 예수님도 저 하늘을 질주하는 이름 모를 새나, 들에 핀 백합화가 솔로몬이 지은 예루살렘보다 위대하다고 감탄했다. 창조의 본능에 따라 자연의 식물들과 동물들은 가장 간결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인간만이 자신의 삶에 예술가나 전문가가 되지 못하고, 자신이 아닌 타인과의 경쟁에 내몰려 타인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다 허송 세월한다. 그러니 불평과 탄식만 터져 나온다.


  오늘 내 삶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저 민들레 홀씨처럼, 씨방을 탈출해 치고 올라갈 것인가? 모름지기 성도란 낯선 길을 걷는 여행자가 이정표의 도움을 받아 목적지를 찾아가듯, 하나님의 말씀을 빛과 등불 삼아 걸어가야 한다. 오늘도 지난 석 달간 그런 것처럼, 코로나19의 확진자 수와 사망자수를 확인하거나, 그도 아니면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TV나 보거나, 핸드폰을 통해 인터넷 검색에 멍청하게 보기를 반복하며 살 것인가? 점심을 먹고 눈을 돌려 다시 교회마당을 보니, 오전에 보았던 민들레 하얀 관모 씨들이 모두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그들은 신나는 미래를 위해 모험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삶이 정말 중요한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최적화된 몸, 정신, 그리고 영혼을 소유하고 있는가? 그러면 민들레 홀씨처럼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까 싶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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