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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는 길
운영자 2018-10-15 추천 7 댓글 0 조회 793

고향 가는 길


 한 낮의 볕은 여전히 따사롭지만, 지난 8월과는 달리 9월의 공기 는 사뭇 다르다. 한 쪽에서 바람이라도 한 줄기 불어올 때면 가을 느낌은 더욱 완연해진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라고 했던가. 딱히 누가 보고 싶어 그런 건 아니다. 그냥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넓은 시골 들녘. 들길 따라 피어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벼 이삭, 산허리마다 매어있던 누런 소들, 막연히 옛 고향에 대한 향수에 도취되어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왜 그럴까. 

 

 어느 시인의 말처럼 '정들면 그곳이 바로 고향‘이 라고 했던데 여전히 내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라서 그럴까. 지난 월요일, 여름휴가를 대신해 가을휴가를 내어 고향을 찾았다. 특별히 반겨줄 이도 없건만 인연(因緣)을 좇아 그곳으로 내달렸 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종종 노래가 되어 우리의 향수를 강하 게 자극한다. 마산 앞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이은상의 ‘가고파’가 그 렇고, 고향의 정경을 생생하게 노래한 정지용의 ‘향수’도 그렇다. 두 곡 모두 끝을 “꿈엔들 잊힐리요”로 맺는 걸 보면 사람과 장소 는 달라도 고향의 애틋함은 마찬가지인가보다. 결핍된 무엇을 찾 아 떠났건만 고향은 그렇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풍경으로 남는다. 노래 속의 고향은 언제나 정겹고 포근하다. 돌아가고 싶은 고향을 우리는 본향(本鄕)으로 달리 부른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왜곡되고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 이 세상 에 아름답기만 한 본향은 어디에도 없다.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영원한 본향이 있기에 우리는 하나씩 내려놓은 연습을 게을리 해 서는 안 된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추석이다. 각인된 고향의 향기 를 따라 먼 길을 돌아가는 연어들의 행렬처럼, 그렇게 많은 이들 이 잊고 있던 추억을 그리며 고향을 찾아갈 것이다. 이보다 감동 적인 회귀가 또 있을까. 귀성과 귀경으로 인한 기대와 달리 짜증 으로 일관할 지라도 맘껏 명절을 즐기고 새롭게 충전 받기를 소 망해 본다. 무엇보다 우리가 가야 할 영원한 고향은 저 천국이라 는 것을 또 한 번 각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위 내용은 9월 16일자 교회 소식지(목회자 칼럼)에 게시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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