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이 아닌 돌담으로
제주도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용암이 굳어서 만들어진 현무암이다. 생김새가 울퉁불퉁하면서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보기에도 그다지 예쁘지는 않다. 못생긴 돌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이런 돌들이 제주도 해안가나 들과 산에 있는 집 울타리 돌담으로 즐겨 사용한다. 위력적인 태풍에도 끄떡없다. 원리는 간단하다. 바람이 불 때면 그 바람을 막기보다는 숭숭 뚫린 구멍으로 바람을 통과시켜 그 힘을 분산시키기기 때문이다. 제주도 사람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제주도 돌담은 그 기능이 밭의 경계선과 죽은 자의 무덤의 경계와 집 울타리 기능을 넘어서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기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돌담이면 되고, 경계선 역할만 하면 그만이다. 그 안에 그 어떤 인간의 탐심도 인위적인 계산도 내포되어 있지 않다. 그러기에 치장할 필요도 없고, 굳이 갈고 닦을 필요도 없다. 있는 그대로 필요한 만큼만 가져다가 사용한다. 그래서일까? 그 어떤 바람 속에서도 바람을 잘 타고 잘 보내고 유유히 어제나 오늘이나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그 곳에 서 있다.
그렇다. 사람의 인위적인 계산으로 만든 도성은 모래성처럼 인간 착취에 의해 힘들게 지어졌다가 폐허가 되어 사라지지만, 자연 그대로인 돌담은 자연과 친구가 되어주고, 사람들로 하여금 보호막이 되어 준다. 언제나 튀지 않고 드러내려 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 통해 주변을 유용케 한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로 퍼져나간다면 성도가 만들어 내는 가장 멋진 도구가 될 것이다. 이제라도 모래성이 아닌, 돌담으로 살아 보면 어떨까 싶다.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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