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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단상
운영자 2020-05-06 추천 2 댓글 0 조회 786

 

​봄의 단상

 

​  봄의 향연(饗宴), 교회 주변이 봄꽃들로 넘쳐난다. 심방 차 교회 인근 청평 대성 리로 가는 길. 차창 너머로 연초록빛 녹음 속 청량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신다. 황금연휴를 즐기려고 쏟아져 나온 차량 행렬로 자동차도로는 그야말로 주차장이나 다름없다. 섰다 가기를 반복하는 까닭에 길 가 가장자리에 핀 수수한 꽃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노란민들레, 씀바귀, 애기똥풀, 조팝나무 꽃 이파리가 앙증맞다. 교회서 멀지 않은 거리라 그다지 지겹지는 않지만, 그래도 꽉 막힌 정체 구간을 지나가려면 여간 고역스럽지 않다. 잠시나마 교회 끝자락에 걸려 있던 회색빛 도시를 뒤로하고 노랑, 주홍, 보라 빛으로 차츰 번져가는 꽃들의 향연 속으로, 그렇게 봄의 정취 속으로 들어간다. 한 겨우내 모진 추위와 삭풍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덕분에 지금은 보란 듯 생명의 싹을 틔우고, 보란 듯 자신 만의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지 않은가. 저 작은 몸짓에서 세상을 볼 수 있으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수많은 차량이 꼬리를 물고 지나간 자리마다 봄꽃들은 여전히 고운 자태로 시골 길에 남아 있다. 그 시골 길 곁에 성도들의 가정이 있다. 한적한 시골집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만나야 할 사람도, 가야 할 곳도, 볼 것도 많은 도시의 시간. 인사 치레한다며 이곳 저곳 얼굴을 내밀고선 막상 집에 돌아와 주머니에서 꺼낸 몇 장의 명함을 보면서 “어, 이 사람이 누구였더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번잡한 도시의 어딘가에 가서, 때론 누군가를 만나고, 때론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봐야 하지만 시골집의 시간은 다르게 지나간다. 성도의 가정, 잠깐의 기도 시간이 지나면 소소한 차를 맛보는 시간이 주어진다. 스윽 훑고 지나가는 목회자의 눈길에 따라 성도의 반응도 다양하다. 거실 한편을 채운 화분들의 꽃나무가 왜 시들어 있는지 에둘러 변명하는 모습을 보면 참 귀엽단(?) 생각마저 든다. 이런저런 담소 중에 위로를 통해 예수의 사랑을 나누며, 나중 심방 후에 돌아와 그 가정을 위해 기도 해야 할 기도제목 또한 놓칠 수 없다.
  그렇게 천천히, 한참 동안, 기도와 찬양이 깊이 흐르는 시간. 어느새 그 가정을 위한 말씀과 마주하게 된다. 그 날은 그랬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서 힘든 삶을 살았노라고. 서운함과 마음의 짐이 늘 짓눌러 인생 끝자락에 교회 문을 두드렸노라고. 주의 말씀이 선포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삶의 여정 속에서 예기치 못한 시련과 난감한 상황이 찾아온다 해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믿음으로 주의 은혜와 도우심을 끊임없이 소망으로 붙들라고 전한다. 그 때 흘리는 눈물이란, 짓누른 삶의 무게가 빠져 나가는 회환과 치유의 눈물임에 틀림없다. 심방이 끝나고서 먼발치까지 쫓아 나와 연신 인사하는 성도 모습 속에 주의 모습이 오버랩(overlap)된다.
교회로 돌아오는 길. 꽉 막힌 반대 차선과 달리 뻥 뚫린 도로 위에 따스한 봄 햇살이 반겨 맞는다. 차창을 열어 손을 내밀어 보니 손등에, 귓불에, 두 뺨에 시원함이 번진다. 그렇게 4월이 간다. 그렇게 봄이 간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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