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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어나자
운영자 2018-08-26 추천 7 댓글 0 조회 793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어나자


  담낭 제거 수술을 위해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 5일 만에 퇴원했다. 모든 것이 다 바뀐 듯하다. 날씨도 마찬가지다. 입원한 그 전후로 말복이며 처서가 있어서인지 이글거리든 폭염도 말복, 이어 처서가 지나자 거짓말같이 사라졌다. 말 많든 태풍 ‘솔릭’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솔릭스럽게’(부산했지만 싱겁게) 지나가고 말았다.​ 하늘은 지글거리던 태양 대신 청명한 수채화를 그려 놓고, 곧 끓어오를 듯 맹렬하게 타오르던 수온도 이제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다. 강렬한 태양은 여전하지만 끈적이던 습기는 사라지고 그늘에서 맞는 바람은 선선하다. 그래서일까. 더위에 지쳐 바라보던 풍경도 이제는 제법 생경하게 다가온다. 막연히 기다리던 선선한 가을바람이 실제로 부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말이다.​


  수술 후 후유증이 제법 오래갔다. 예정대로라면 퇴원 후 샤워를 하고 외출을 해도 된다고 했는데, 전혀 그럴 수가 없다. 수술 부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서다. 샤워랑 외출은 고사하고 똑바로 누워 잠 한 번 제대로 자 보는 게 소원이었다. 연이틀 동안 통증이 심해 새벽마다 응급실을 찾았다. 겨우 진통제 주사로 고통을 다스린 후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입원 중에도 힘들게 간호했던 아내가 퇴원 후에도 새벽마다 응급실로 데려 다니느라 생고생을 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고 그렇게 응급처치를 받고 돌아 나오는데 유난히 눈에 밟히는 게 있다. 병원 앞 24시 식당의 간판 중에, ‘순두부’, ‘된장찌개’란 메뉴였다.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 차마 입을 뗄 순 없었지만, 나중에 꼭 먹으리라 다짐하고는 군침만 삼켰다.


  토요일 오전 8시 40분 무렵, 수술한 부위 실밥을 제거하느라 수술담당 주치의를 찾았다. 차츰 좋아질 것이라는 대답만 반복해서 들으면서 . 보조 차원으로 영양제 링거 한 대를 처방해 주었다. 그렇게 응급실 앞 환자 대기실 앞에서 링거주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40여 명의 환자들이 병원업무 시작을 기다리며 저마다의 아픈 사연을 가진 채, 미동도 않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8시 50분 정각이 되자 번호표의 순서에 따라 번호가 불려졌다. 일순 정적이 깨지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어나 번호표에 따라 자기가 가야 할 진료실로 향했다. 거기에는 회복을 담은 희망이 함께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견디기 힘든 더위를 이겨내고 자기의 자리를 지키는 자연을 보면서 조석으로 변하는 우리네 마음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난 폭염의 힘겨움도 아픔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금 일어난다면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을 확연히 느끼지 않을까 싶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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