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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급증
운영자 2018-07-01 추천 8 댓글 0 조회 630

​삶의 조급증


  한낮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다. 해가 지면 그나마 선선해지면서 기온이 뚝 떨어진다. 산책하기에도 운동하기에도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주로 앉아서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운동이 필요했다. 손쉽게 할 수 있는 걷기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에 일부러 먼 곳을 택해 걸었다. 갈 때에야 좋지, 막상 그 먼 거리를 돌아오려니 아찔하다. 사실 이렇게 걷는 산책도 부침(浮沈)이 심하다. 이런 저런 사정이 생기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일주일에 두세 번 하는 정도다.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려 일부러 한낮의 더위와 언덕을 택해 목적지까지 걷곤 했다. 힘들지만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 날도 한낮의 더위와 씨름하며 한참을 걸었다. 그러다가 전날 밤 비바람에 떨어진 낙엽들을 보면서 시간의 빠름을 느꼈다. 정신이 퍼뜩 든다. 연초록의 잎사귀를 틔운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낙조의 계절인가 싶어서다. 분명 주변은 여전히 신록으로 우거져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일까. 정해 놓은 목적지를 땀 흘리며 향하고는 있지만, 갑자기 숨이 턱에 차고 가빴다. 늘 상 가졌던 흥겨움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마치 시한부 인생처럼 시간의 한계 안에 갇힌 것만 같다. 그렇게 숨을 몰아쉬며 언덕길을 반복해서 걷다 목적지에 닿았다. 돌아갈 길이 아뜩하다. 한참이나 쉬다 다시금 일어섰다. 굳이 땅을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돌아오는 길엔 하늘만 바라보고 걸었다. 한결 걷기에 수월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싶을 때가 있다. 자신의 생각, 자신의 뜻을 세워 시도해 보지만, 그 한계의 끝자락에서 새삼 낭패를 경험하곤 한다. 그러다보면 삶이 조급해진다. 삶의 조급함은 더 깊은 나락으로 이끈다. 사람이 땅의 일에만 매여 있으면 나타나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신앙인은 하늘을 바라보는 자다. 물론 하늘만 바라본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님께로 나아가려는 의지적 노력, 하나님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가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시간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시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산다면, 언젠가는 낭패를 넘는 목적지에 성큼 다가와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힘겹더라도 자주 걷자. 그것도 하늘을 보면서.​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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