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 하늘문교회 >
  • 목회자칼럼
​제설작업
운영자 2017-12-17 추천 9 댓글 0 조회 892

​제설작업


  요즘 일기예보는 정말 잘 맞다. 지난 여름 하도 욕을 먹어서일까, 언제쯤 눈이 내린다거나 한파가 닥칠 것이라고 예보하면 거의 들어맞았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밤 다음 날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대로 이른 새벽부터 때맞춰 눈이 내렸다. 교회카페 창문을 통해 사선으로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카페 앞 테라스도, 더 넓은 교회마당도, 앞산도 뒷산도 온통 눈 세상으로 변했다. 하얗고 소복하게 내려앉았다. 한참이나 구경했다. 금세 몸은 추위에 살얼었다. 눈 녹듯 녹이고 싶어졌다. 얼른 교회 본당으로 달려가 열풍기를 켰다. 온기가 있으니 살만했다. 그러다가 화들짝 놀라 밖으로 다시 나갔다. 내린 눈 때문이다.​


  보는 눈이야 낭만이라고 하겠지만, 내린 눈이야 골칫덩어리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우들이 들이 닥칠 텐데. 안전한 주차며 보행을 위해서는 교회주변 제설작업이 필수다. 미끄러운 눈길과 혹한의 추위를 뚫고 달려올 교우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다급해졌다. 눈 치우는 도구인 눈삽(넉가래)을 들고 분주히 교회마당을 오갔다. 속옷이 젖을 정도로 땀을 뻘뻘 흘리며 치워보지만, 쌓이고 내리는 눈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예배 준비 때문에 대충 지나다니는 길만 치우고는 언 손을 팔짱에다 끼운 채 다시 본당으로 갔다. 이미 켜 논 열풍기의 온기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빨갛게 달구어진 열선을 따라 내 뿜는 열기는 언 손과 몸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한 겨울에 누리는 호사다.


  이윽고 한 분, 두 분 교우들이 들어 왔다. 교회 안이야 데워진 온기로 문제가 없었지만, 교회마당은 쌓이는 눈으로 인해 보행 그 자체가 어려울 지경이다. 그래서일까 남자 집사님들은 기도를 마치기가 무섭게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누구랄 것도 없이 눈삽이나 마당 빗자루를 들고서는 제설작업을 한다. 화답이라도 하듯, 여자 집사님들이 따뜻한 차로 서비스를 한다. 살갑고도 다정한 모습이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삶의 존재들이 모여 커다랗고 특별한 하모니로 완성된다. 이제 잠시 후면 드려질 예배를 통한 은혜가 하늘문을 통해 이미 우리 가운데 있음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지만 오늘은 유난히 따뜻하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자유게시판 목록
구분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커피 한 잔의 여유 운영자 2017.12.25 9 918
다음글 하나님의 관점에서 운영자 2017.12.10 10 924

12192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경춘로 2536 (구암리) 하늘문교회 / 담임목사 허영진 TEL : 031-595-1534 지도보기

Copyright © 하늘문교회. All Rights reserved. MADE BY ONMAM.COM

  • Today35
  • Total89,199
  • rss
  • 모바일웹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