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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운영자 2017-12-03 추천 8 댓글 0 조회 955

언젠가는


  겨울 낮은 짧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 교회는 더 짧게 느 껴진다.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면 어느새 어둑해진다. 그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주섬주섬 운동복으로 갈아입고서 밤 운동을 나간다. 지금은 추운 날씨 탓에 패딩 점퍼는 필수다. 휴대폰이 충전돼 있는지 확인하고, 바닥 폭신한 운동화에 발을 디밀어 넣는다. 가끔은 우리 교회 지킴이 하늘이를 데리고 나갈 때도 있지만, 성가실 때면 그냥 혼자 갈 때가 더 많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오가며 마주치는 이들이 건네 오는 인사에 화답하기도 한다. 그렇게 밤 운동은 대부분 고즈넉하지만, 이처럼 뜻하지 않게 부산할 때도 가끔 있다. 
 

  예전부터 밤 운동을 좋아한 것은 아니다. 이곳 구암리로 교회를 이전해 오면서부터 무료함을 달래려고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늘 그랬던 것은 아니고, 가끔씩 해왔던 터라 그만 둘 만도 한데 언제부턴가 일상 속에 비집고 들어왔다. 향긋한 풀내음 불어오는 봄 의 운치도, 요란한 풀벌레 소리 난무하는 한 여름의 익숙함도, 빛 바래져 떨어지는 나뭇잎들이 춤을 추는 가을 낭만도 낮보다는 밤이 제격이다. 그런 매료의 경험들이 자꾸 밖으로 불러낸 것 같다. 운동 삼아 밤길을 걷다 보면 삶이 조금 더 넓고 깊게 보인다. 낮에 얽히고 꼬여 심란했던 심사가 밤의 길을 걸으면 가뭇없이 풀린다.  

 

  이도 한겨울이 닥치면 끝이다. 차가운 삭풍을 견디며 꽁꽁 얼어붙 은 눈길 위를 걷는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밤 운동 은 딱 여기까지다. 더 이상 밤 운동을 허락하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인생이란 어찌나 짧은지, 바지런히 걷고 즐 겨도 모자란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시간의 흐름은 인생의 본질을 밝혀 준다. 지금은 잘 모르지만 언젠가는 참과 거짓이 구분되는 날 이 이를 것이기에. 밤 운동을 온전히 누리기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날이 이르기 전, 한번이라도 더 진지한 밤 운동을 허한다. 밤이 이토록 짧고 아름답다고 일깨우니, 걷지 않을 재간이 없 지 않은가.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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