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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만 해주세요
운영자 2017-11-26 추천 10 댓글 0 조회 1077

기본만 해주세요


  바람이 쌀쌀했다. "그래, 오늘은 미뤄두었던 차량검사나 받자." 교회 스타렉스가 연식이 오래되다보니 검사를 자주 받아야 한다. 지인을 통해 평소 단골로 거래하던 자동차 공업사로 향했다. 한낮 인데도 불구하고 쌀쌀한 날씨 탓인지 달리는 차창 밖의 풍경은 을 씨년스럽다. 자라목마냥 잔뜩 목을 움츠린 채 인도를 걸어가는 이 들 몇몇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점검받 거나 수리해야 할 수많은 차량들 틈새로 간신히 주차하고서 사무 실로 향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적한 오후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사무실 안은 고객들로 넘쳐났다. 늘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하필 그날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렇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아쉽지만 부득이 멀지 않은 거리의 다른 자 동차 공업사로 향했다. 처음 찾은 곳이지만, 앞서 찾았던 곳보다는 확실히 덜 붐볐다. 사무실을 찾아 접수하고서 기다리는데, 얼마 지 나지 않아 정비기사가 다급히 불렀다. 차량의 머플러가 부식되어 떨어져 있으니 교체 후에 차량검사가 가능하단다. 마치 타박을 하 듯이 말한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었다. 머플러가 재고가 없기에 주문하고서 하루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고객의 의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뭐가 그리 바쁜 지, 자기 할 말만하고 돌아서 가버리는 그의 태도에 몹시도 서운하 고 불편했다. 


  상한 마음도 그렇지만, 하루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그럴 바에야 원래 거래했던 공업사로 가는 게 낫겠다 싶어 다시 차를 되돌렸다. 그제야 그 기사 황급히 뛰쳐나와 붙잡는다. 어차피 당일에는 고칠 수 없으니 다음 날 고치러 오든지 하겠다고 하고선 차를 몰고 나 왔다. 공손한 태도는 애당초 바라지도 않았지만, 기본만 대해 주었 더라면. 차가운 현실을 마주한 채 도심에 산다. 그래서일까? 삭막 한 감정이 도사린 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여유가 없다. 그렇 게 사는 것이 최선의 삶이라고 착각한다. 형식만 빌린 채 관계의 본질은 눈에 넣지 않기 때문이다. 그분에게 말하고 싶다. "기사님, 기본만 해주세요."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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