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두려워하랴
다시금 가을이다. 그런데 이 표현을 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파주 산간지역에는 벌써 얼음이 얼었단다. 세월의 흐름은 빠른데 비해, 삶의 무게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하는 것 같아 때론 곤혹스럽다. 세 월이 그렇게 사람 힘으로는 앞당기거나 늦출 수 없는 창조주의 섭 리에 따르다 보니 자연스레 기쁨도 회환도 연속해서 일어나는가 보다. 참 이상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이상한 사람 이 되어버렸다. 몸이 불편하지 않는 다음에야 몸이 편하면 마음도 편하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자꾸만 몸 아끼고 도사리는 버릇이 늘어만 가는 것 같아 낭패다.
이곳에 교회를 이전하고서 터를 잡은 지도 벌써 한 해가 지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다 살아보았으니 4계절에 대한 호불 호가 분명해졌다. 그 가운데 낙엽 뒹구는 가을은 참 좋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으면 혹한의 겨울이 찾아 올 것이다. 무척이나 추위에 약한데다 잠자리가 교회 강단이다 보니 겨울이 오기도 전에 겁이 더럭 나기도 한다. 이젠 이골이 날 만도 한데 그러니 참 연약하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그렇게 하기로 결단했으니 무를 수는 없겠고, 단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는 뜻의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말이 있다. 비단 나쁜 것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게다. 믿음도 같 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눈에 보이고 귀에 들려진 그대로 갚아주신다는 능력의 말씀을 들려준다(민 14:27∼28). 믿음의 눈 으로 본다면 한 치도 틀림없는 말씀이다. 그러니 무엇을 두려워하 겠는가.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부담스럽고 조금은 힘겨운 삶의 여정일지라도 ‘믿음 안에서 제대로 사는 길은 가끔 좁고 험하고 가 시덩굴에 덮여 있는 수가 있다.’고 대답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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