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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가을 사이
운영자 2017-09-03 추천 9 댓글 0 조회 792

여름과 가을 사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거의 몇 년 만에 누이를 만나러 가는 길. 차창에 비치는 영주시는 언젠가 한 번은 들렀을 법한 작은 도시의 모습이었다. 가게가 밀집한 번화가라고 해도 높은 건물이 없었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하나 둘 지붕을 잇대어 들어섰을 가게가 즐 비한 좁은 도로를 빠져나오면, 눈앞에 거짓말처럼 초록빛의 세상 이 펼쳐졌다. 뜨거운 볕에 벼는 부쩍부쩍 자라고 무성한 나뭇잎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어디 그 뿐이랴. 사과의 고장답게 찻길 양 쪽에는 먹음직스러운 붉은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매 맺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내비게이션이 이끄는 대로 도착한 누이 집은 들 한 가운데 지은 아담한 전원주택으로 서 있었다. 


  반갑게 맞는 이들의 환대에 자주 찾아뵙지 못한 미안함이 더 크 게 마음 쓰였다. 일흔이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거꾸로 사 는 것처럼 건강한 삶을 살고 계셨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섬 기는 교회와 성도들은 어떤지. 당신들의 삶도 빠듯할 텐데 동생네 안부 묻기에 사랑이 묻어난다. 노부부는 이른 아침 기도할 때마다 기도제목 가운데 우리 하늘문교회와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단 하 루도 거르지 않고 기도한단다. 먼 곳이라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그 렇게라도 사랑을 나누고 계셨다. 노후의 삶이 예수의 길을 걷고 있 어 그 짧은 만남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미국의 영성가이며 노동운동가인 도로시 데이는 분주한 가운데도 일상의 한 부분을 잘라내 하나님 앞에 서는 까닭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는 마른 샘이 되지 않 으려면 나 역시 이처럼 달디단 샘물을 마셔야 한다.” 우리 속에 주 님을 닮으려는 사랑의 열정이 없다면 우리는 단지 흙덩이에 불과 하다. 죽어라 내달리기만 하는, 그래서 윽박지르는 세상에서 어떻 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인지 오직 예수의 길만이 정답이기에. 계절 이 바뀌고 있다. 따가운 햇볕이 쬐는 여름을 지나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진 가을의 사이를 지나고 있다. 잠시나마 분주함을 내려놓 고 청명해진 하늘을 보자. 한결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지 않을까.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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