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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하늘을 보자
운영자 2021-02-09 추천 1 댓글 0 조회 519

자주 하늘을 보자

 

​  추위도 추위지만, 이렇게 눈이 자주 내리는 겨울은 태어나 손에 꼽을 정도다. 눈 내리는 날의 정취와 낭만은 사라진지 오래다. 어떤 땐 쌓인 눈을 치우느라 한나절을 보낸 적도 있다. 이제 눈이 내릴 거란 일기예보를 접하기만 해도 경기(?)가 들 정도다. 그러다가 눈 치우는 일에 이골이 났는지 나름 요령이 생겼다. 우선 교회 앞길에 인근 동네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먼저 길을 내었다. 그런 다음 시간을 두어 교회 2층 테라스, 계단, 교회 처마 밑, 교회마당, 그리고 교회 주변도로까지 순차적으로 치웠다. 폭설이 내린 날은 그도 힘들면 조금씩 나누어 하기도 한다. 그 사이 겨울이라 못한 운동을 시작했다. 손쉽게 할 수 있는 걷기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에 일부러 먼 곳을 택해 걸었다. 갈 때에야 좋지, 막상 그 먼 거리를 돌아 오려니 아찔하다. 사실 이렇게 걷는 산책도 부침(浮沈)이 심하다. 이런 저런 사정이 생기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일주일에 두세 번 하는 정도다.


  그 날도 눈을 치우다 혹한을 벗 삼아 잠시 길을 나섰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전날 밤 폭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큰 나뭇가지와 마주 했다. 길가로 밀쳐내기 위해 잡은 나뭇가지 사이에 수많은 눈이 달려있다. 그렇게 혹한의 계절임에도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시간의 흐름은 계속되고 있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내일에 대해 나는 무엇을 준비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정해 놓은 목적지를 땀 흘리며 향하고는 있지만, 갑자기 숨이 턱에 차고 가빴다. 예전 운동할 때면 느꼈던 흥겨움은 어디론가 사라 지고 말았다. 마치 시한부 인생처럼 시간의 한계 안에 갇힌 것만 같다. 그렇게 숨을 몰아쉬며 언덕길을 반복해서 걷다 목적지에 닿았다. 돌아갈 길이 아뜩하다. 한참이나 쉬다 다시금 일어섰다. 굳이 땅을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돌아오는 길엔 하늘만 바라보고 걸었다. 한결 걷기에 수월했다.


  삶도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싶을 때가 있다. 자신의 생각, 자신의 계획을 세워 시도해 보지만, 그 한계의 끝자락에서 새삼 낭패를 경험하곤 한다. 그러다보면 삶이 조급해진다. 삶의 조급함은 나를 더 깊은 나락으로 이끈다. 사람이 땅의 일에만 매여 있으면 나타나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신앙인은 하늘을 바라보는 자다. 물론 하늘만 바라본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님께로 나아가려는 의지적 노력, 하나님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가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시간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시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산다면, 언젠가는 낭패를 넘어 목적지에 성큼 다가와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힘겹더라도 자주 걷자. 그것도 하늘을 보면서 말이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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