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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단상(2)
운영자 2021-01-24 추천 1 댓글 0 조회 493

겨울단상(2)

 

​  이른 아침, 교회 마당에 펼쳐진 새하얀 눈밭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인다. 교회 뒷산의 수목과도 잘 어울려 멋진 그림을 연출한다. 자전거 도로엔 결빙(結 氷)으로 미처 치우지 못한 눈길 위로 무리 지어 운동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무리지어 신나게 눈싸움을 하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훅 들여 마신 겨울아침 공기는 폐부를 찌르지만, 겨울이 주는 운치에 연신 호흡하기를 반복한다. 여기까진 낭만이자 추억을 되짚어 보는 감상의 순간이다. 현실은 전혀 다르다. 혹한의 한겨울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내려 쌓인 눈을 치우려면 언제 다 치울까 하는 걱정이 태산이다. 2주 이상 계속되었던 영하 20도의 맹렬한 추위는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한파에 날 선 칼바람이 분다. 해가 바뀌어도 추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주 20일은 큰 추위가 온다는 대한(大寒)이었다.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포근한 하루였다. 이를 놓칠 새라 한쪽으로 밀쳐 놓았던 켜켜이 쌓인 눈덩이를 교회마당이며 길 건너편으로 열심히 퍼다 날랐다. 대면예배가 허용되었기에 교우들이 주차할 공간에 쌓여있던 미처 치우지 못한 눈이었다. 그러다가 새롭게 조성된 교회 텃밭에서 한 생명의 기운을 보았다. 울타리로 심어 놓았던 사철나무다. 그것도 원래 심어 놓았던 본 나무에서 나온 아주 작은 존재다. 이름 때문일까. 때때로 불어오는 매서운 삭풍과 희끗희끗한 눈 속에서도 그 어린 생명은 파란 색깔의 속성을 놓치지 않고 붙들고 있다. 칙칙한 겨울과 맞지 않는 듯 이색적으로 보이지만, 이미 작년 가을부터 추운 겨울을 버티며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자라고 있다. 자신이 살이 있다는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 보인다.


  우리는 어떤가. 기뻤던 일보다는 분노했던 기억으로 몸을 부르르 떨고, 행복했던 순간보다 괴로웠던 일들이 현재를 발목 잡을 뿐 아니라 그것에 따른 욕망이 일상을 추동하기 쉬운 우리들의 삶. 행복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기쁨에서 생기는 욕망으로 무엇인가를 시도했던 일이 언제였던가. 살아 있음에 전율과 기쁨을 느낀 적이 언제였던가. 그런 후회들이 몰려온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선한 것, 아름 다운 것, 행복 사랑 기쁨 쪽으로 향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혹독한 현실 앞에서 다시금 인간의 본성을 찾아야 할 시기다. 만물을 지으신 이는 하나님이시기에 그분의 은혜를 구하자. 한 알의 작은 씨앗이 존재감 있는 생명의 기운으로 드러나듯이 날마다 조금씩 하나님의 뜰에 뿌리를 내어야 한다.
눈 내린 창밖을 온종일 쳐다보며 이런 하염없는 생각에 침잠한 오후, 결코 나쁘지 않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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