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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단상
운영자 2021-01-10 추천 1 댓글 0 조회 575

​겨울단상

 

​  흰 소의 해,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 시국으로 힘든 상황인데 설상 가상으로 폭설에 이은 한파로 인해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이래저래 힘들고 불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속적인 온기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교회 식당, 화장실 등 물이 흐르는 곳이라면 켜켜이 얼음이 얼었다. 그나마 수돗물을 조금씩 틀어놓았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모든 배관이 막힐 뻔한 한 주였다. 내린 폭설은또 어떤가. 차량이 오가는 도로나, 사람이 오가는 길이야 눈이라도 치웠기에 다니기가 수월하지만,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응달진 곳은 여전히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누군가는 좋은 추억이 될 듯싶겠지만, 또 누군가는 힘들 것이다.


  겨울이 춥고 쌀쌀맞아 언뜻 싫게 느껴지기만 했는데 요즘 들어 은근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나목(裸木) 때문이다. 모든 옷을 벗어 버리고, 치장을 벗어 버린 채 잎사귀에 가려졌던 나무의 가지가 고스란히 보인다. 비단 그뿐이랴. 나무 가지 사이로 빛이 들어올 수 있는 여유와 함께 나무의 다양성도 볼 수 있다. 사계의 세 계절은 늘 길옆에 꽉 찬 나뭇잎에 가려서 그 속을볼 수 없다. 하지만 삭풍이 몰아치는 지금처럼 나무가 치장을 다벗은 몸이 되었을 땐, 서로가 간격을 유지한 채 잘도 조화를 이루며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열린 공간 사이로 햇볕을 포옹하듯 은빛 색깔을 반짝일 때면 나목을 통한 겨울이 가져다주는 선물 같기만 하다. 이런 자연의 선물을 만드신 하나님의 창조세계에서 그분의 호흡을 느끼는 듯하다.


  이렇듯 나무도 서로에게 비켜줄 공간과 여유가 있을 때 서로에게 반사되는 색상의 아름다움을 제공하듯, 사람도 서로 비켜주고 기대줄 등이 된다면 이 삭막한 계절도 신의 아름다운 선물에 그 의미를 더할 것 같다. 그만큼 하나님은 작은 아이라도 천하보다 더귀하게 여기실 만큼 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이 끊이질 않으시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드셔서 간섭하시기 때문이다. 어떤 인생이든 남겨 놓은 파편의 흔적과 향취가 있게 마련이다. 이왕이면 악취보다 좋은 향기가 낫다. 마치 주님을 위해 나귀 새끼를 풀어가도록 허락했던 어느 이름 없는 사람이 남긴 흔적의 향취처럼 말이다. 비록 지금은 힘든 상황에 놓였지만 한 겨울을 버텨내고 있는 나목처럼 말이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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