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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로운 손길
운영자 2020-12-13 추천 2 댓글 0 조회 483

수고로운 손길


​  새벽 5시, 새벽기도회를 위해 성전에 불이 켜지는 시간이다. 이르면 이른 시간이다. 그럼에도 새벽을 깨우는 수많은 이들이 교회 앞 도로를 지나간다. 새벽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는 이들을 태우려는 버스, 이른 출근을 위해 내달리는 자가용,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운동하러 가는 이들,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새벽 모습이다. 그렇게 어두커니 보고 있다 정적을 깨우는 차량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교회 정문 쪽을 바라보면 환경미화원들을 태운 청소차량이 부리나케 달려와서 분리수거한 쓰레기를 잽싸게 싣고는 다음 행선지로 떠난다. 늘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내가 잠든 사이에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점심 무렵이면 핸드폰에 당일 받을 택배 안내문이 뜬다.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면, 어느 새 다녀갔는지 교회 안 지정된 장소엔 택배상자가 놓여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주문한 다양한 생필품이 배송된 것. 무심코 박스를 뜯으려는데 종이 상자 너머로 내가 알지 못한 사이에 움직인 사람들의 수고가 보인다. 며칠 전 내가 주문한 상품을 배송하기 위해 누군가 분주한 손목으로 물건을 포장했을 테지. 동 트기 전 물류센터에서는 누군가가 고된 어깨로 물건을 분류하고 화물차에 싣느라 애썼을 것이다. 주문한 물건을 꺼내려면 박스를 열고 스티로폼을 빼고 돌돌 말린 비닐을 벗겨야 한다. 내가 주문하지 않았으나 알맹이와 함께 딸려온 포장재들이 바닥에 수북이 쌓인다. 그 다음은 또 어떤가. 오늘 밤 내가 분리해서 내다놓은 이 쓰레기들은 누군가의 수고로운 손길에 의해 수거차량에 실릴 것이다. 이른 새벽, 커다란 수거차량에 매달린 채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애쓰는 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렇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수고와 노동의 흔적이 쌓여서 또 한 사람의 무탈한 하루가 시작된다. 밤이 아침과 연결되며 순환하듯 수고로운 순간들이 겹겹이 쌓이고 포개지면서 나와 타인이 연결되는 것이다. 코로나 시국을 지나면서, 보이는것 너머에서 수고한 사람들의 손길을 조금 더 헤아려보게 된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믿음이란 달리 말하면 내가 보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수고로이 일하시는 하나 님의 손길을 보는 것이다. 어둠이 바탕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이런 믿음을 붙드는 이는 자신의 인생여정에서 웃을 거리가 많을 게다. 영적으로 잠들어 있느라 보지 못했던 하나님의 손길을 다시금 붙들자. 수고로운 손길을 감지할 것이다. 추운 겨울이다. 혹 알지 못한 사이에 다녀가는 택배기사나 우체부 아저씨를 위해 손난로 핫팩이라도 비치하려고 한다. 잠들어 있느라 보지 못했던 순간들을 이제는 조금 더 명민하게 바라보며 살고 싶어서.​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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