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연결고리
인근 마석장터는 가끔 외출할 때면 찾는 곳이다. 의도적이진 않고 공용 주차장에다 차를 주차하고는 문방구나 우체국에 볼일 있어 가다보면 장터를 지나가게 된다. 그날도 많은 이들이 보였지만, 한 할아버지의 좌판에 눈길이 머물렀다. 할아버지의 좌판은 마석역으로 가는 마트 앞 길목에 있다. 많은 이가 지나다니는 데다 비탈진 좁은 길이어서 발걸음에 가속이 붙는다. 취급 물품은 한눈에 들어올 만큼 단출하다. 요즘 누가 구입할까 싶을 정도의 물건들이다. 멸치나 다시마로 국물을 낼 때 쓰는 삼베 주머니, 장독 덮개망과 찜기용 면보 대·중·소 각 3종, 흰색·노랑·검정 고무줄과 바느질 가위, 검은색 인조 가죽 동전 지갑, 구둣주걱, 휴대용 돋보기, 두툼한 장갑 등이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버스에서 내리는 무리가 사라지면 할아버지의 거리는 더욱 느릿느릿 흐른다. 한참 그렇게 지켜보다 좌판 앞에 누군가 걸음을 멈추고 말을 붙이면 내가 더 반갑다.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이는 여지없이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다. 문구점, 우체국 볼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도 좌판은 거의 줄지 않았고, 뭔가를 팔아주려고 해도 딱히 필요한 게 없다. 할아버지의 관심은 물건을 파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오가는 이들을 보면 적적함이 덜 하시려나 싶다. 주차장을 향해 느릿느릿 걷다가 생각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할아버지의 좌판을 우리 삶에 옮겨 놓는다면, 과연 연결되지 않는 물건들을 어떤 스토리로 엮어낼 수 있을까?’
대림절이 시작되는 기간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심과 하나님 나라를 시작하시고 지금도 우리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새롭게 완성해 가시는 주님을 묵상하며, 기쁨의 성탄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코로나 시국이 모든 걸 잊게 만든다. 아니, 무심하다는 표현이 맞을 게다. 코로나 시국, 연말, 대림절이란 세 공간을 어떻게 받아 들여 잘 연결할 수 있을지 고심이 깊다. 스토리의 연결고리는 하나님의 역사다. 하나님은 살리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발걸음을 옮길 때 우리도 살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 저녁의 시린 시간 끝에 찾아온 햇살이 반갑다. 내일은 할아버지가 나오시려나. 손 시려운 누군가는 두툼한 장갑을 찾을지 모르겠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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