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 하늘문교회 >
  • 목회자칼럼
삶의 연결고리
운영자 2020-11-29 추천 1 댓글 0 조회 604

삶의 연결고리

 

  인근 마석장터는 가끔 외출할 때면 찾는 곳이다. 의도적이진 않고 공용 주차장에다 차를 주차하고는 문방구나 우체국에 볼일 있어 가다보면 장터를 지나가게 된다. 그날도 많은 이들이 보였지만, 한 할아버지의 좌판에 눈길이 머물렀다. 할아버지의 좌판은 마석역으로 가는 마트 앞 길목에 있다. 많은 이가 지나다니는 데다 비탈진 좁은 길이어서 발걸음에 가속이 붙는다. 취급 물품은 한눈에 들어올 만큼 단출하다. 요즘 누가 구입할까 싶을 정도의 물건들이다. 멸치나 다시마로 국물을 낼 때 쓰는 삼베 주머니, 장독 덮개망과 찜기용 면보 대·중·소 각 3종, 흰색·노랑·검정 고무줄과 바느질 가위, 검은색 인조 가죽 동전 지갑, 구둣주걱, 휴대용 돋보기, 두툼한 장갑 등이다.

 

​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버스에서 내리는 무리가 사라지면 할아버지의 거리는 더욱 느릿느릿 흐른다. 한참 그렇게 지켜보다 좌판 앞에 누군가 걸음을 멈추고 말을 붙이면 내가 더 반갑다.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이는 여지없이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다. 문구점, 우체국 볼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도 좌판은 거의 줄지 않았고, 뭔가를 팔아주려고 해도 딱히 필요한 게 없다. 할아버지의 관심은 물건을 파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오가는 이들을 보면 적적함이 덜 하시려나 싶다. 주차장을 향해 느릿느릿 걷다가 생각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할아버지의 좌판을 우리 삶에 옮겨 놓는다면, 과연 연결되지 않는 물건들을 어떤 스토리로 엮어낼 수 있을까?’

 

​  대림절이 시작되는 기간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심과 하나님 나라를 시작하시고 지금도 우리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새롭게 완성해 가시는 주님을 묵상하며, 기쁨의 성탄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코로나 시국이 모든 걸 잊게 만든다. 아니, 무심하다는 표현이 맞을 게다. 코로나 시국, 연말, 대림절이란 세 공간을 어떻게 받아 들여 잘 연결할 수 있을지 고심이 깊다. 스토리의 연결고리는 하나님의 역사다. 하나님은 살리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발걸음을 옮길 때 우리도 살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 저녁의 시린 시간 끝에 찾아온 햇살이 반갑다. 내일은 할아버지가 나오시려나. 손 시려운 누군가는 두툼한 장갑을 찾을지 모르겠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자유게시판 목록
구분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무엇을 두려워하랴(2) 운영자 2020.12.09 1 493
다음글 지금은 조율 중입니다(2) 운영자 2020.11.25 0 664

12192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경춘로 2536 (구암리) 하늘문교회 / 담임목사 허영진 TEL : 031-595-1534 지도보기

Copyright © 하늘문교회. All Rights reserved. MADE BY ONMAM.COM

  • Today33
  • Total88,830
  • rss
  • 모바일웹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