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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운영자 2020-08-16 추천 1 댓글 0 조회 804

단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오랜 장마가 끝날 줄을 모른다. 연일 쏟아지는 비로 고온다습한 날씨는 삶을 지치게 한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가 지난 지 오래다. 이러다가 제대로 된 맑은 여름하늘 한 번 보지도 못한 채 여름을 보낼 것 같다. 이러다가 언젠가 다시금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겠지. 계절의 변화를 기대하면서 세월의 흐름을 새삼 느껴 본다. 이렇듯 세월의 흐름은 빠른데 비해, 삶의 무게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하는 것 같아 때론 곤혹스럽다. 세월이 그렇게 사람 힘으로는 앞당기거나 늦출 수 없는 창조주의 섭리에 따르다 보니 자연스레 기쁨도 회환도 연속해서 일어나는가 보다. 참 이상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몸이 불편 하지 않는 다음에야 몸이 편하면 마음도 편하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자꾸만 몸 아끼고 몸 사리는 버릇이 늘어만 가는 것 같아 낭패다.


  이곳에 교회를 이전하고서 터를 잡은 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다 살아보았으니 4계절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 해졌다. 그 가운데 조금 있으면 찾아 올 낙엽 뒹구는 가을은 참 좋다. 한껏 길어진 밤 시간을 통해 묵상의 시간과 함께 독서의 즐거움에 한껏 빠쳐 볼 수 있어서다. 그러다가 또 얼마 있지 않으면 가장 꺼리는 계절인 혹한의 겨울이 찾아올 것이다. 추위에 약해서다. 지난 겨울이 시작되면서 기도했다. “주님, 혹독한 추위도 없게 하시고, 무엇보다 눈 좀 덜 내리게 해주소서.” 기도의 응답이었을까. 정말 46년 만의 따뜻한 겨울이었다. 거의 눈도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 따뜻한 겨울로 인해 깨어난 수많은 노래기 같은 벌레로 인해 지금까지 고생이다. 이제 기도가 바뀌었다. “주님, 겨울은 겨울답게 춥고, 여름은 여름답게 덥게 하소서.”라고 말이다. 그러니 참 연약하다. 그러나 어쩌랴! 기도를 무를 수는 없고, 단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는 뜻의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말이 있다. 비단 나쁜 것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라고 억지로 우긴다면 무릴까.
그러면 믿음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 가능하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눈에 보이고 귀에 들려진 그대로 갚아주신다는 능력의 말씀을 들려준다(민 14:27∼28). 믿음의 눈으로 보면 한 치도 틀림없는 말씀이다. 그러니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부담스럽고 조금은 힘겨운 삶의 여정일지라도 ‘믿음 안에서 제대로 사는 길은 가끔 좁고 험하고 가시덩굴에 덮여 있는 수가 있다.’고 대답하면 어떨까. 코로나19로, 오랜 장마로 인해 고단한 인생이지만 믿음으로 단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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