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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기와의 전쟁을 치루면서
운영자 2020-07-27 추천 1 댓글 0 조회 794

노래기와의 전쟁을 치루면서

 

​  초여름을 지나면서부터 새벽기도를 마치면 반드시 교회 본당바닥을 점검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 물론 교회 출입구도 예외는 아니다. 징그럽게 기어 다니는 노래기 때문이다. 노래기는 마디 수 60개 이상에 달하는 지네와 비슷한 외형의 다지류 해충으로, 방언으로 노내기, 사내기라고도 불린다. 다 크면 몸길이 28㎝ 까지도 자란다고 한다. 어둡고 습한 곳에서 나무 등에 서식하는 곤충으로 생태 계에는 유익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생김새가 혐오감을 유발하고 건드리면 몸통을 둥글게 말아 심한 악취를 풍겨서 ‘벌레계의 스컹크’라고 불린다.
  예년 같으면 겨우 몇 마리를 볼까 말까였는데, 올 해는 유달리 많아 노래기 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 충북 보은군에 이어 경기 용인시의 도심에서도 노래기가 대량으로 출몰해 민원이 빗발쳤다고 한다. 교회 안팎에 지천으로 널린 채 기어 다니는 노래기를 보면서 처음에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냥 발로 밀어내 보기도 하고, 이번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수십 마리, 어떤 때는 수백 마리씩 떼 지어 몰려다니면 빗자루로 쓸어 담아 보기도 했다. 예방 방제 차원에서 노리개 기피제를 사다가 뿌려보아도 그때뿐이다.
  지난 겨울이 유난히 따뜻했고, 올해는 고온다습한 환경이 조성돼 노래기가 대량 번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즉, 겨울이 겨울답게 추워야 하는데 노래기 유충들이 온난한 날씨가 나타나면서 월동한 노래기 알의 치사율이 낮아졌고, 살아남은 알들이 폭발적으로 부화했다는 설명이다. 유월의 산야(山野)가 아름다우려면, 초여름 한차례 내리는 비의 양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 빗물을 온전히 마셔버린 식물이 곳곳에서 만발하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을 시작하면서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는지 모른다. “주님, 이번 겨울은 혹독한 추위가 없게 하시고, 그렇게 잦은 눈도 내리게 않게 해 주옵소서.”
  기도의 응답이었을까. 그렇게 지난 겨울은 46년 만의 따뜻한 겨울이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대가는 혹독한 현실로 나타났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힘겨운 시련의 과정은 신앙의 성숙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 거기에 하나님의 뜻이 있기에. 회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주어지면 주어지는 대로 하나님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품으로 달려들어야 한다.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면 나중 그 삶은 만족이고 풍성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기도한다. “주님, 무더위도 참겠습니다. 때가 되면 지나가겠지요. 다만 믿음으로 잘 이겨낼 수 있게 하여 주옵소서.” 그런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왜 이렇게 더운 걸까?​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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