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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지면 이팝나무에 새하얀 꽃들이
권용기 2020-04-26 추천 3 댓글 0 조회 733

​벚꽃 지면 이팝나무에 새하얀 꽃들이

 

  화사하게 피었다가 사라진 벚꽃의 아쉬움에 교회 뒷마당을 갔더니 노란색 민들레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살랑이는 봄바람 대신 이번 주 내내 강풍이 몰아치고 있다. 그나마 봄이 되면 만나는 야생화를 보면서 잊고 있었던 옛 동요가 메들리로 묶여서 절로 나와 흥얼거린다. 교회 안마당에도 수많은 잡풀이 훌쩍 커버렸다. 감당하지 못할 나중을 대비해서 한 무더기의 풀을 뽑았다가는 “저도 생명이 있겠지.”하는 생각에 금방 포기하고 말았다. 세상 천지에 생명이 움트는 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연신 조심하고 의심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보니 예전 평화로운 일상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럼에도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이 생각나, 안부 메시지를 썼다 지우길 반복했다. 교회 담장 곁에다가 단풍나무 심기등. 이 봄에 시도하지 못하는 일들로 인해 마음만 부산하지 어느 것 하나해 놓은 것 없이 시간만 야속하게 흐른다.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가 1986년에 만든 영화 <희생>에 보면 이런 대화가 나온다. “옛날에 한 수도원에 늙은 수도승이 살고 있었단다. 그는 죽은 나무 한 그루를 산에 심고 제자에게 말했지. 나무가 다시 살아날 때까지 매일같이 물을 주도록 해라. 그렇게 3 년 동안 물을 주다가 어느 날 나무에 온통 꽃이 만발한 것을 발견했단다. 끝없이 노력하면 결실을 얻는 법이지.” 늙은 아버지가 어린 아들과 함께 바닷가에 서 있는 앙상한 나무 한 그루에 물을 주는 장면으로 시작되는이 오래된 흑백영화는 신과 인간, 그리고 구원과 희생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나무는 다시 등장한다. 그렇다면 고목에 꽃이 피는 기적이 일어났을까? 나무를 다시 살려보려는 수도승의 의지보다 중요한 건, 매일 매일 조금씩 물을 길어 나무로 걸어가는 발걸음. 그 발자국이 쌓여 꽃은 피었다. 신앙의 관점으로 본다면 조금씩 ‘성화(聖化)의 삶’을 사는 것이다.


  누구나 추구하는 일들이 있을 게다. 바른 목적, 바른 방향을 따라 인내하며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간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그 일의 성취감을 맛볼수 있을 것이다. 조금은 힘들지라도 말이다. 지금은 다들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음 성경 말씀이 그 어느 때보다 깊게 새겨진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 126:6). 이른 아침, 노회일로 종로를 찾았다. 만나는 이마다 시름의 깊이는 다양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차에 함께 동승했던 선배 목사님이 그런다. “벚꽃이 지면 바로 이어서 이팝나무의 새하얀 꽃이 펴요.” 채우지 못하거나 잃어버린 것에 대한 상실의 아픔은 크겠지만, 구하는 자에게 베푸시는 주의 은혜를 기억하며 살았으면 한다. 성도는 내일의 소망을 붙들고 현재를 딛고 사는 사람이기에.​​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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