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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길, 힘을 빼자
운영자 2020-02-16 추천 2 댓글 0 조회 864

​내려가는 길, 힘을 빼자


  하루는 교회 목양실에 있는 CCTV 2번 채널이 뿌옇게 흐려졌다. 가끔씩 보는 것이긴 해도, 무언가에 의해 방해 받아 선명도가 떨어진 것 같아 여간 신경 쓰이지 않았다. 문제를 찾아 체크를 해보니 CC카메라 렌즈에 이물질이 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7m 높이의 전신주를 타고 올라가야만 한다. 평일 한낮인지라 누구의 도움도 받을수 없어 부득이 혼자 해결해야만 했다. 사다리를 가져다 놓고는 조금 불안하긴 해도 전신주를 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기껏해야 사다리 높이는 2m 남짓, 그 다음부터는 전신주에 박혀있는 고정 못을 발판삼아 올라야 한다. 그렇게 CC카메라를 향해 위만 바라보고 힘겹게 오르다보니 어느새 CC카메라가 손에 잡혔다. 가져간 깨끗한 수건으로 열심히 닦았다.


  뿌옇던 렌즈가 깨끗해 지면서 좋은 기분도 잠시,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위만 쳐다보고 올랐는데 다시 내려가기 위해 아래를 보니, 아뿔싸, 저 밑지면이 그렇게 아찔해 보이지 않는가. 두려움이 엄습했다. 손은 어느 사이 전신주 고정 못을 꽉 쥐고 있었다. 내려 가야하는데 꽉 쥔 손 때문에 동시에 발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잠시 호흡을 가다듬 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기도가 나왔다. “주님, 내려가야 하는데 주변엔 도와 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이 시간 주님만이 저를 붙들어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담대함을 주셔서 안전하게 내려가게 해 주옵소서.” 기도 덕분일까,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 아래를 보지 않고 잔뜩 힘이 들어간 꽉 진 손을 놓으니 비로소 다리를 뗄 수 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 마음에 어떤 생각이 자리 잡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생각으로 인해 맞게 될 결과를 상상해 본다면 지금의 생각을,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렵고 힘겨운 상황 속에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들인 자신의 수고와 노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엄밀히 신앙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것도 잘못된 것이다. 즉, 신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언제나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은 자기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돌이킬 수 있는 은혜를 주시는 주님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하나님의 은혜는 마른 땅을 적시는 여름날의 소낙비와 같다'고 했다. 이는 자연의 신비이자, 신앙의 신비다. 이렇듯, 우리도 주의 은혜를 사모하며 자신의 힘을 빼자, 그럴 때, 비로소 내려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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