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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상
운영자 2019-10-20 추천 3 댓글 0 조회 707

가을 단상


  어느 날 부턴가 길 건너편 이웃집 개 짖는 소리에 잠이 깬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개들인데 그 집 주인이 새로 데려왔나 보다. 낯선 장소로 옮겨와서인지 새벽녘이면 어김없이 짖어 된다. 시계를 보면 대략 4시 정도. 덕분에 5시에 맞춰 놓은 알람시계가 무색하게 기상이 한 시간 빨라졌다. 쌀쌀해진 날씨 탓도 있겠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기도회를 준비하려면 빼앗겨버린 한 시간의 단잠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새벽잠을 설치게 하는 개가 원망스럽기보다는 도시의 차량 소음을 무찌르는그 시원한 울음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슬그머니 웃음까지 난다.


  가까이에 북한강을 끼고 세 갈래로 갈라지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서 인지 요즘은 이른 아침부터 운동하러 나온 이들로 넘쳐 난다. 사통팔달(四通八達)로 이어지는 산이 감싸 안은 마을인지라큰 대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고층 아파트 단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초여름에 창문을 열면 아카시아 나무 꽃향기가 짙게 배어 온 교회 안까지 퍼지고, 겨울 창밖은 키 큰 소나무에 쌓인 눈 풍경이 꽤나 근사하다. 요즘은 어떤가. 한참이나 비워져 있던 교회 옆 공터는 누가 애써 가꾸어 놓았는지 큼직한 고추가 붉게 익어가고, 누렇게 여문 호박도 더러 눈에 들어온다. 교인들이 가끔 집집마다 가꾼 호박 같은 채소를 가져다주면 된장찌개에 넣어 끓여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게 사람 사는 것이지 싶다.


  윤동주의 시 '아우의 인상화'에는 자라서 무엇이 되겠냐고 묻는 형과 사람이 되겠다고 대답하는 동생이 등장한다. 우리는 이미 사람이지만, 스스로를 그런 존재로 유지해 가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다. 요즘 들어 가끔 세상이 너무 무서운 일들만 일어나는, 인간적이지 못한 곳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사람들은 저마다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때로는 아주 귀찮고 때로는 너무 버거운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사람 사는 곳이란 결국 완벽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되어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에.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지금 자신 '앞'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가을은 우리 곁에 어김없이 가까이 다가왔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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