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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울어야 제 맛이다
운영자 2019-09-03 추천 3 댓글 0 조회 760

 요즘 들어 소낙비가 잦다.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는 역할도 하지만,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늦더위 뙤약볕을 의지 삼아 테라스에 늘어놓았던 빨래들이 때 아닌 수난을 겪고 있다. 개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교회 마당 한쪽 구석에 마련된 자신들의 거처에도 어김없이 소낙비가 몰아치니 더위에 집으로 들어 갈 수도 없고 해서 고스란히 비를 맞고 있다. 이럴 때면 외출도 번거롭고 습도 가 높아 활동하기에 여간 불편하지 않다. 높은 습도도 힘들지만, 비 온 후에 교회 마당에 나 있는 풀은 또 얼마나 잘 자라는지. 그러나 어쩌랴. 불편해도 도회지 끝자락에 붙은 시골에 한 발 딛고 사는 입장에서 소낙비는 필수불가결이라 불평하지 않기로 한다. 기왕이면 지역마다 골고루 올 것이지. 어떤 곳은 걱정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어떤 곳은 양수기를 밤새 돌려야 작물이며 건물을 건사할 수 있으니 우리는 여전히 자연 앞에 약자일 수밖에 없다.

 

 한바탕 무섭게 몰아치듯 소낙비가 내리면 뙤약볕에 말라가던 나무들은 생기를 찾고, 온종일 주변 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는 절간에서나 봄 직한 묵언수행(黙言 修行) 중이다. 한 여름 매미는 울어야 제 맛인데, 비 오는 날에는 울고 싶지 않은가 보다. 지난 시간 그랬던 것처럼 땅속에서 수년간 준비해온 날개의 삶이 비에 젖어서 비 그치기만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 오랜 시간도 참았는데 이 정도쯤이야 할 성 싶다. 다만 울지도 못하고 한자리에 매달려서 시간을 놓치고 있는 젊음. 그 짧은 성충으로서의 생에를 보노라면 이 하루가 얼마나 애틋할까 싶다. 하필 이렇게 궂은 날 세상에 나와 높은 데까지 오르지도 못하고 그 얄팍 한 나뭇가지를 붙들고서 밤새 몸을 떨었을 매미. 저 스스로 제 등을 갈라야 살 수 있는 운명이라니 얼마나 가혹한가. 비 그치기를 기도해주고 싶다. 날개의 시간이 길지 않으니 매미답게 울라고 격려해 주고 싶다.

 

 이런 짧은 생애를 보내는 매미도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한 젊음이다. 남은 시간이 길지 않아 처절할 수밖에 없는 매미를 위해 비가 잠시 그치면 좋겠다. 날개가 마를 시간도, 바람 한 줄기도 필요하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남은 시간이 오랠 것 같으나 오래지 않은 것이 인생이기도 하다. 매미가 울어야 제 맛이듯, 우리도 소리 내어 울어야 한다. 소낙비라는 난관에 막혀 울지 못하는 매미의 안타까운 삶이 우리에게 겹쳐서는 안 된다. 일상에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우리 삶 속에는 오늘도 내일도 매일같이 난관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의 능력을 구해 보자. 매미답게 울라고 격려해 주듯이, 무너진 삶에 자리에 찾아오셔서 격려 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케 될 것이다. 지금은 모든 게 질척한 한여름. 생을 마친 매미는 길에 뚝뚝 떨어지고 그때는 여지없이 불볕더위 속에서도 건조한 기류가 감지되게 마련이다. 실하고 아름다운 가을은 그렇게 우리 곁에 슬며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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