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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과 사는 것
운영자 2018-05-06 추천 8 댓글 0 조회 702

​아는 것과 사는 것


   교회 텃밭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빈 땅이라도 생기면 무엇이든 심을 심사다. 종묘상에서 구입해 온 상추며 쑥갓 등 온갖 모종을 나중 먹거리를 기대하며 흐뭇하게 바라다보면서. 이랑과 고랑을 만든 텃밭 위에다 두둑을 쌓고 여리디 여린 모종을 옮겨 심는다. 그러다 온실에서 싹을 틔운 모종이 처음으로 바람을 마주했을 때를 상상해본다. 모종이 바람을 털어내며 '앗, 이게 뭐야?' 낭창하게 몸을 흔들어대는 것만 같다. 그렇게 모종은 때론 바람을 맞고, 한 낮의 햇살을 즐기면서. 가끔은 고개 숙인 채 비를 견디는 날도 있겠지. 그렇게 모종은 온실이 아닌, 지상에서 자기 그늘을 한 뼘쯤 키워갈 것이다.

 

  새롭게 일군 텃밭의 토양에 충분히 뿌리 내리지 못한 모종은 활력 있는 생명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모종이 웃자라도 옮겨 심은 후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웃자란 모종은 떡잎 위 줄기를 잘라내는 아픔을 겪는다. 그러면 떡잎 사이에서 새순이 올라온다고 농사 짖는 이들이 귀띔해준다. 그런 걸 보면 모종을 텃밭에 옮겨다 심고서 안착하는 과정이 신앙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번 상상해보라. 머릿속 온실에서만 자란 신앙이 손끝을 통해 세상으로 옮겨지는 구도를. 아는 것으로 끝나버리는 신앙, 여전히 구습을 쫓는 신앙이라면, 이는 신앙도 아닐뿐더러 나아가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에 감동의 뿌리를 내릴 수 있겠는가.


  온실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곳에서 신앙의 생명을 계속해서 이어가려면 부단히 하나님을 만나야 하고, 하나님을 아는 일에 힘 써야 한다. 다만,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다들 그렇듯,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온실을 가꾸는 데만 열심이다. 신앙생활은 신앙의 모종을 삶에 옮겨 놓는 일과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편함도 수고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사도 바울의 말처럼 ‘날마다 죽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를 내어 줄 때, 비로소 우리는 그것을 도로 얻게 된다. 기독교 신앙의 신비다. ‘아는 것’과 ‘사는 것’이 서로 스밀 때, 비로소 생명의 꽃은 피어날 것이고, 나아가 그 삶이 줄기를 뻗어 다양한 열매를 맺을 것이다. 요즘 우리는 온실 안에서만 머무는 것 같다. 연약하기 짝이 없다. 새삼 모종 옮기는 일의 놀라움을 생각해 본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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