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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심는 날의 단상(斷想)
운영자 2018-04-16 추천 7 댓글 0 조회 703

​나무 심는 날의 단상(斷想)


  “어떻게 파가요?” 식목하는 날 농장에 함께 있던 전도사님이 물었다. “어떻게 하긴요. 그냥 파면되지요.” 지인이 오랜 시간 동안 가꾸었던 나무를 나누어 준다기에 트럭을 빌려서 옮기려던 참에 나눈 대화다. 아로니아, 반송, 해송, 이팝나무, 단풍나무 등. 종류도 크기도 다양하다. 처음 생각대로 아로니아 아홉 그루를 파서 차에 옮기고, 나중 아름드리 자란 반송 한 그루를 파서 옮겨가기로 했다. 비온 뒤라 삽으로 나무를 파기에는 좋은데, 주변을 지나는 도랑물이 들어오면서 바닥이 바다의 뻘밭처럼 되고 말았다. 그렇게 진땀을 흘려가며 아로니아 아홉 그루를 파서 차에다 옮겨 실었고, 이제 여러 반송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그루를 파서 옮길 차례다. 그때 알았다. 삽으로는 반송의 그 크고 깊고 넓은 뿌리를 팔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너무 무겁다는 것을.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는다고 했던가. 눈에 보이는 것에 혹하여 자신의 한계를 깨닫지 못했다. 삽으로 포크레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했으니 말이다. 죄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욕심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삽질 몇 번에 나가 떨어졌다. 도무지 몇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 그냥 마주보며 웃고픈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교회 텃밭에 옮겨다가 반송을 먼저 심고, 나중 돌아가면서 아로니아를 심겠다는 생각을 접는 순간이었다. 포기하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았는지 돌아서면서 속으로 말했다. “나중 포크레인을 불러다가 꼭 파서 옮겨 가야지.” 포크레인 예찬론자가 아니다. 살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하나님이 하실 일이 있다. 약함이 강함을 이기는 것은 하나님 안에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두 가지 역설이 있다. 우선 사랑은 많이 가진 자가 적게 가진 자에게 진다는 사실이다. 어머니는 아이 앞에서 약자가 된다. 사랑은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솔로몬이 자신의 아이라고 우기는 두 여인에게 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씩 주겠다고 했을 때, 사랑이 많은 어머니는 사랑이 없는 어머니에게 굴복했다. 다른 하나는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모든 사람에게 칭찬을 받는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그들의 조상들도 거짓 예언자들을 그렇게 대하였다"(공동번역, 눅 6:26). 자신의 한계도 모른 채 욕심으로 치닫는 삶을 향해. 그리고 섬기기보다 섬김을 받고자하는 연약한 삶을 향해 들으라고 하신 말씀 아닌가. 소소한 일상 속에 다시금 깨닫는다. 뜨끔하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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