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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
운영자 2018-04-08 추천 7 댓글 0 조회 688

꽃샘 추위


  이맘때쯤 되면 살구꽃이 피는지 궁금해진다. 지난 해 이맘때쯤 교회마당 울타리에 심겨진 두 그루의 살구나무에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기억이 남아서다. 교회를 이전할 때부터 심겨져 있었던 살구나무 두 그루 중, 한 그루가 바깥세상이 그리운지 자꾸만 울타리 밖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기울어진 만큼 저러다가 혹 쓰러지는 것은 아닐지 자꾸만 애를 태운다. 그러던 차에, 때마침 교회텃밭을 갈아엎을 때 불렀던 굴착기로 살구나무를 똑바로 세웠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두 그루의 살구나무가 똑 바로, 서로 다정하게 서있는 모습이 든든해 보인다. 이제 지난 해 보았던 살구꽃이 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기를 며칠이 지나지 않아 보란 듯이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흰색과 분홍색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빛깔이 얼마나 고운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마냥 보았다. 조금 늦었지만 살구나무 사이에다 사다리를 놓고는 비쭉이 솟아오른 가지랑, 맥없이 아래로 처진 가지를 손이 닿는데 까지는 잘라 주었다. 그렇게 애쓴 보람이 있는지 초저녁 달빛을 받을 때면, 꽃을 활짝 핀 모습이 이전보다 훨씬 더 빛나 보이는 자태를 뽐내었다. 하지만 이도 잠깐, 봄비가 내린 뒤에 찾아온 갑작스런 추위로 그렇게 화려했던 살구꽃은 생기를 잃고 말았다. 그뿐이랴. 살구나무 아래는 떨어진 꽃들이 지천으로 널브러졌다.


  이래저래 불편한 심기가 드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가 보다. 그래서일까. 종종 우린 삶이 힘들다고 푸념하는 소릴 하거나 듣곤 한다. “옛날엔 안 그랬는데. 왜 이런 사람을 만나서 사느냐고. 왜 나만 힘든 인생을 사느냐고.” 비록 지금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이제 겨울은 지나갔고, 완연한 봄기운이 뻗치는 한가운데 서 있다. 흔히 말하기를 인생을 바다를 노 저어 가는 여정에 비유하곤 한다. 그런데 믿음을 갖고 사는 성도에겐 인생 여정이란 무작위로 불어 닥치는 폭풍을 그냥 곧 대로 맞이하며 숙명으로 여기고 살지 않는다. 왜냐하면 배 안에 함께 계신 주님을 붙들고 가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꽃샘추위도 주님의 열기로 제법 훈훈해질 것이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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