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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운영자 2018-04-01 추천 8 댓글 0 조회 717

봄이 왔다


  완연한 봄이다. 지난 겨울이 너무 혹독하게 춥고 길었던 탓일까. 언젠가 봄이 올 것이라는 기대마저 포기했는데. 때가 되매 마침내 따뜻한 봄이 왔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오는 봄”이라고 했나 보다. 이렇듯 찾아온 봄이 그렇게도 반가울 수가 없다. 조석으로 부는 쌀쌀한 바람은 아직도 외투와의 이별을 힘들게 하지만, 그 바람 속에도 은은한 온기가 배어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양지쪽 길가의 잡초도 어느새 밑동부터 푸른 빛 옷을 입기 시작했다. 초로(初老)의 아낙들은 산 능선을 따라 지천으로 돋아난 봄나물 캐기에 여념이 없다. 그저 생명력이 놀랍기만 하다. 역사상 가장 추운 동계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걱정을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계절이 변했다.


  예나 지금이나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같을 게다. 지금이야 잘 볼 수 없지만, 내 어렸을 적만 해도 봄을 향해 치솟는 종달새의 들뜬 비행을 어디서든 볼 수 있었다. 봄이 아름답고 설레는 것은 새로운 출발을 향한 기대 때문이다. 주부들은 겨우내 묵은 빨래를 하거나 가족들을 위해 얇은 새 옷으로 교체한다. 학생들은 새 책을 꺼내고, 농부들은 늦기 전에 밭을 갈아야 한다. 누군가는 새로운 계획을 시작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사랑을 꿈꿀 것이다. 그래서일까. 겨우내 깊이 묻어두었던 기대와 욕구들이 서서히 형체를 갖추어가는 느낌은 봄날 아지랑이를 닮았다. 무엇이든 기대하고 준비할 때가 가장 즐거운 법이다. 자기만의 화려한 봄의 제전을 준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좋은 일에 어찌 방해가 없을까. 그래서 옛 사람들은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꽃을 시샘하는 추위도 있고, 춘설이 내리기도 한다. 황사나 미세먼지도 걱정이고, 꽃가루 알레르기 역시 봄의 불청객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새봄에 거는 우리의 기대를 어쩌지는 못한다. 칼 포퍼(Karl Raimund Popper)가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 했다. 삶의 부분집합인 일터에서의 삶이 문제 해결의 연속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렇게 삶으로 지켜낸 고난주간도 지나갔다. 고난이 있기에 부활의 기쁨과 소망은 한층 더 깊고 크다. 누구나 봄꽃을 반겨 노래하듯, 봄으로 오신 주님을 맞이하자. 꽃피는 소식이 들리면 이미 문밖은 봄이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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