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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과자에는 호두가 없다
운영자 2018-02-18 추천 10 댓글 0 조회 922

​호두과자에는 호두가 없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좀 이른 귀성길에 올랐다. 백두대간을 따라 내려가다 경북 선산에 닿았다. 정확히는 선산휴게소에 들렀다. 찬바람이 불었지만, 탁 트인 주변 절경으로 콧구멍이 다 시원하다. 답답하고 번잡스러운 회색빛 도회지를 떠날 때면 동심으로 돌아간 탓일까 유독 부지런을 떤다. 출발지인 경기도 남양주에서 목적지인 경남 함안 고향집까지는 약 400Km, 천릿길이다. 대략 240Km를 달렸으니 160Km 정도 남은 셈이다. 노후 된 차량이라 목적지까지 3번 정도 휴게소에 들러야 하는데 두 번째 휴게소가 선산휴게소였다. 휴게소에 들릴 때면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단연 먹을거리다. '하나라도 더 먹어야지.' 끼니엔 때가 없다. 차갑고 신선한 공기에 소화제라도 탄 걸까. 먹고 뒤돌아서면 또 배가 고프다.​


  잦은 여행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 년에 두어 번 정도 장거리 여행을 하다보면 들리는 곳이 고속도로 휴게소다. 물론 화장실 가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으레 호두과자를 사먹곤 했다. 이날도 평소처럼 몇 가지 간식거리를, 그리고 맨 나중에 호두과자를 사고서는 차로 돌아왔다. 사온 것들 가운데 당연히 맨 먼저 손이 가는 것이 호두과자였다. 하나를 먹었는데 평소에 먹는 맛이 아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나를 더 먹어보았지만 더 이상 댕기지를 않는다. 이미 식어서 그런지 비릿한 맛에 정작 있어야 할 호두가 호두과자에 없다. 여기만 이럴까. 그렇지 않다. 가평휴게소며, 심지어 대성리만 해도 얼마나 맛있는 호두과자를 파는데. 호두를 넣으면 원가가 비싸져서 그런가, 아니면 처음부터 호두 없는 호두과자를 팔고자 했는가.


  분명 간식코너의 메뉴판에는 ‘맛있는 호두과자’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정작 있어야 할 호두과자에 호두가 없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라는 기대감으로 샀는데 실망스럽다. 아내도 아이들도 한두 개 먹어보고는 더 이상 집어 들지를 않는다. 다시 차에 올라 목적지를 향해 가면서 이런 생각을 한참이나 해보았다. “호두 없는 호두과자처럼 우리 인생도 반드시 있어야 할 알맹이가 빠져 있다면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실망스러울까.” 그 알맹이는 예수님으로 채워야 할 것이다. 예수 없는 크리스천인가, 아니면 예수 있는 크리스천인가는 전적으로 우리 각자의 몫이다. 후자면 세상도 귀하게 여길 것이다. 호두과자 없는 호두를 먹으면서 새삼스레 생각했다. 갈수록 먹는 게 편리해지는 시대이지만, 변화의 속도와 품질은 반비례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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