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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 넘어서기
운영자 2018-02-04 추천 10 댓글 0 조회 844

​‘작심삼일 넘어서기’ 

 

  간밤에 기습적으로 눈이 내렸다. 올 겨울에는 눈이 하도 많이 내려 첫 눈의 감흥도, 눈 치울 걱정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는 내리면 내리는 대로 그냥 그러려니 한다. 내일이면 벌써 입춘(立春)이다. 24절기의 처음이자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 입춘의 ‘立’에는 ‘곧’ ‘즉시’라는 뜻도 있어 이제 곧 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봄으로 들어서는 시기인데 왜 이렇게 추울까. 물론 음력설에다 정월 대보름이 남았으니 추울 만도 하다. 하지만 추워도 너무 춥다. 나름 새해를 맞아 규칙적인 운동이며, 책읽기 같은 여러 가지 계획들로 분주한 삶을 꾸려보지만, 추위가 받쳐주질 못한다. 물론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게을러서 못하지 모든 게 다 핑계다.


  그러다가 문득 아련한 옛일이 떠오른다. 고입을 치루고 나서 입학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있던 때라 선행학습으로 고등학교 <수학의 정석>에 도전해본 적이 있다. 그러다가 이 핑계 저 핑계 대다가는 제1장 ‘집합과 명제’ 부분만 새까맣게 손때가 묻어 있었다. 매주 그러기를 작심하고 다시금 도전해 보지만, 도돌이표에 사로잡힌 포로처럼 겨우내 같은 자리를 맴돌았던 기억. 비단 그때뿐이랴. 이후 삶에도 희망차게 시작을 열어젖히고 끝맺음을 하지 못했던 여러 순간은 내 안에서 작은 패배감으로 움텄다. 특히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을 들을 때면 차마 나 자신에게도 변명하지 못한 채 뜨끔했다. 끝을 보지 못할 바에야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고 스스로 다짐하곤 했다.


  현실로 돌아온 지금은 어떤가. 여전히 작심삼일로 매사가 그 끝을 보지 못 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도조차 않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어쩌면 끝을 보지 못한 것일수록 애착이 가기 마련이다. 결코 미련 때문만은 아니다. 설사 중도 포기하더라도 일단 시도하면 해보기 전 몰랐던 걸 알게 되는 유익함이 있기 때문이다. 성경 말씀 전도서 1장 9절에도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것이 없나니”라고 했다. ‘해 아래에 새것이 없다.’는 말씀은 인생의 허무를 말하지만, 하나님 안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게 되기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그 무엇이든 다시금 시작해 보자. 삼 일이 안 되면 이틀씩이라도 반복하다 보면, 그렇게 저질러 본 숱한 일들 가운데 하나가 어느 날 완성에 이를 것이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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