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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운영자 2018-01-28 추천 9 댓글 0 조회 859

살며 사랑하며


  아름다운 북한강을 곁에 끼고서 맛집과 카페가 즐비한 금남리로 내달렸다. 갓 볶아 내린 커피가 생각나서다. 여기까지 쓰면서 밝혀둘 게 있다. 첫 문장은 사실이고, 그 다음 문장은 거짓이다. 사실 난 아메리카노 같은 내린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순전히 아내의 강요(?)에 의해 어쩌다가 마시는 커피는 그렇게 쓰고 텁텁할 수가 없다. 조금 음미해보지만 이내 손사래를 친다. 그래서 내겐 내린 커피보다 가공된 인스턴트 믹스커피가 훨씬 더 좋다. 혼자 마셔도 좋지만, 여럿이 둘러서서 종이컵에다 마시는 커피믹스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카페에서는 믹스커피를 팔지 않으니 그곳에 들릴 때마다 곤혹스럽다. 어쩔 수 없이 유자차나 대추차 같은 차 종류나, 그도 아니면 레모네이드나 자몽주스 같은 음료를 마실 수밖에 없다.


  이 날도 청소년부 캠프에 참석한 아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캠프장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한 카페를 찾았다. 커피 값이 다른 곳보다 싸서 그런지 카페 안은 꽤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라떼 두 잔을 주문했다. 주문하고서 기다리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온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다. 알 수 없는 저마다의 사연과 대화들이 오간다. 어떤 커플은 책을 펼쳐놓고 열심히 주거니 받거니 얘기를 나누고, 또 어떤 이들은 무엇이 그렇게도 재미있는지 연신 손뼉을 치면서 박장대소 웃음을 터뜨린다. 어느 때부턴가 이런 분위기가 참 좋다. 사람 사는 맛이 나서다. 사람과의 어울림은 이래야 된다고 말한다면 조용한 것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짓궂은 것일까.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손에 받아든 고구마라떼의 향긋한 향기가 진동한다. 한입 삼키니 아쉽지만 커피 맛은 전혀 나질 않는 달콤한 맛 그 자체다. 마시면 마실수록 입꼬리가 당겨졌다. 우두커니 창밖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 동행한 아내가 말을 걸어왔다. 평소에 이런저런 이유로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한참이나 나누었다. 새로울 것도 없지만, 분위기 탓인지는 몰라도 둘 사이 대화의 물꼬가 트였나 보다. 그렇게 한참 생각의 물길을 길어 올려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채우는 시간을 가졌다. 잠언 20장 5절 말씀에 보면, “사람의 마음에 있는 모략은 깊은 물 같으니라. 그럴지라도 명철한 사람은 그것을 길어 내느니라.”고 했다. 커피 한 잔을 마주하며 새삼스레 생각했다. 갈수록 대화가 단절되는 시대이지만, 변화의 속도와 사람의 정은 반비례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살며 사랑하는 이들과 커피 한잔을 마시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싶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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