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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간다
운영자 2017-11-05 추천 10 댓글 0 조회 1014

가을이 간다


  가을이 간다. 애써 붙잡는다고 해서 붙잡을 수 있을까. 하여 유수 같은 세월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10월의 끝자락에 오랜 만에 정겨운 지인의 가족들이 교회를 방문했다. 오랜 만에 만나서 그런지 반가움 한 켠에 서먹함도 드는 것을 억지웃음으로 넘겨본 다. 시커먼 먹물 같은 차가운 어둠이 깃들기 전, 지인의 아이들과 교회 텃밭주변을 함께 천천히 걸었다. 급할 것 없는 느린 걸음으로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켜켜이 쌓여 가는 낙엽 무더기를 보면서 언제 치울까를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아이들의 느낌은 다른가 보 다. 형제가 묻고 답한다. “형, 이 낙엽 이름은 뭐야?” “응, 그건… 그냥 낙엽이야!” 동생의 손에 쥔 낙엽의 이름을 몰라 에둘러 대답 하는 형의 난처한 표정이 우습다. “에이, 이름만 알았어도 내가 가 져가서 두고두고 볼텐데.” 


  그런데 동생의 “에이, 이름만 알았어도”라는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그렇다. 비단 아이 눈에만 비치는 사물에 대한 인식일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좀 더 나은 세상살이가 되지 않을까.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존재에 대한 관심과 그를 인정한다 는 것이기에. 김춘수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했다. 단지 ‘몸 짓’에 지나지 않던 무관심을 ‘꽃’으로 전환시키는 관심에 대한 배 려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비로소 나와 타자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우리에게 허락된 생명의 시간 속에는 텅 빈 시간이란 없다. 단지 사람이 마음대로 그 시간을 쪼개어 자기 입맛대로 쓰기에 타인에 대한 관심의 배려란 없다. 단지 익명성 속에 무의미한 관계만이 지 속될 뿐이다. “에이 이름만 알았어도” 천진한 아이의 말이지만 새 겨들어야겠다. 시간의 흐름 속에 삶의 자리마다 쌓여 가는 숱한 인 연들을 본다.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서 진심을 담아 불러보자. 부 르는 그 순간, ‘나’와 ‘네’가 하나가 되는 친밀함이 형성될 것이다. 성경 이사야서에 보면 여호와 하나님도 우리 각자를 지명하여 불 렀다고, 그래서 당신의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사 43:1). 이 계절이 다가기 전에 사랑해야 할 이들의 이름을 불러보자. 사랑 안에 하나 됨의 비결을 얻기에 부르지 않을 재간이 없지 않은가.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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