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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죽음의 길과 삶의 길
운영자 2017-10-10 추천 10 댓글 0 조회 1067

선택, 죽음의 길과 삶의 길


  한겨울 눈이 끊임없이 내리는 날, 조선은 지독한 전쟁을 치른다. 병자호란이다. 1636년 조선, 청나라의 침략에 왕은 궁을 버리고 남한산성으로 피신한다. 점점 옥죄어 오는 청의 칼끝에 왕과 신하들이 불신과 대립으로 우왕좌왕하는 사이 청의 집요한 공격에 결국 백기를 들고 만다. 왕과 신하들이 남한산성으로 피신한지 47일 만이다. 흔히, 삼전도의 굴욕(三田渡의 屈辱)이라고 표현된다. 병자호란은 우리 민족의 수치스러운 역사다. 그래서일까. 많이들 외면하며, 내심 드러내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드디어 쉽게 접해 볼 수 있게 됐다. 이번 추석 연휴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 <남한산성>을 통해서 말이다.


  추석연휴의 무료함을 달래려고 오랜 만에 아내와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140분가량의 러닝타임.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이는 배우들의 활약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서는 인물들을 클로즈업하고 그들의 사상과 세계관이 반영된 대사에 집중 조명한다. 즉, 청과의 화친을 도모한 후에 후일을 기약하자는 주화파의 최명길(이병헌 분), 명과의 대의명분을 지켜 끝까지 항전을 주장하는 척화파의 김상헌(김윤석 분)의 설전(舌戰)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집중하게 한다. 게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화친이냐 항전이냐의 기로에서 갈등하는 인조(박해일 분)의 고뇌는 그 당시 무능한 조선 왕조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다만 영화에서 인조의 고뇌를 상당 부분 들어낸 것 같아 아쉽다. 실리와 명분 뒤에는 결국 선택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대립하는 자들의 이야기 못지않게 쏟아지는 주장들 사이에서 가장 나은 방안을 선택해야 하는 이의 고뇌에 찬 이야기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원작인 <남한산성>의 김훈 작가는 이 부분을 ‘아버지로서의 선택’이라고 했다. 이 고뇌를 통해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읽는 것 같아 보는 내내 먹먹했다. 인류 구원을 위해 아들을 버릴 것인가, 아들을 위해 인류를 버릴 것인가. 결과론적인 지적이지만, 인조가 최명길이나 김상헌과 같이 대등한 입장에서 다뤄졌다면 더 깊이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 가을, <남한산성>이라는 영화를 통해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느껴보면 어떨까 싶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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