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 하늘문교회 >
  • 목회자칼럼
​풀과의 전쟁
운영자 2017-09-11 추천 10 댓글 0 조회 991

​풀과의 전쟁


  한여름을 지나면서 교회 마당은 풀과의 전쟁이다. 누가 ‘풀잎 사랑’이라고 노래했던가. 베고 나면 다시금 쑥쑥 고개를 내미는 풀의 생명력에 감탄을 넘어 징그러울 지경이다. 아이들이 뛰놀기도 하고, 주차공간이기도 한 교회마당을 그냥 그대로 두자니 자기 마음대로 자란 풀들로 잡초밭이 되었다. 예초기를 빌려다가 웃자라난 풀들을 깎았다. 그것도 부족해서 한 집사님 부부의 섬김으로 교회마당가로 돌아가며 작은 자갈도 깔았다. 이제 제법 마당다운 태가 난다. 아이들이 뛰놀기도, 주차하기도 한결 나아졌다. 그쪽을 쳐다보는 시선도 이전보다 한결 가벼워 보인다. 진즉에 그럴걸.


  하지만 풀과의 전쟁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깨닫는다. 아무리 베어도 끈질긴 풀의 생명력은 다시금 세상으로 나오려고 감행하듯, 믿음 생활의 깊은 골짜기에도 세상의 상념은 불쑥 불쑥 고개를 내민다는 것이다. 연약함에서 비롯되는 염려도, 근심도, 불평도, 세상 자랑도. 그래서 때론 서글프고, 때론 아프다. 이만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교만이 빌미다. 받은 은혜를 기억하며 살지 못하기에 옛 사람의 모습이 어느새 지금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언제나 지금보다 그 너머를 볼 수 있는 믿음의 눈을 갖고 싶다.


  교회 뒤편 어디선가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반가운 마음에 퍼뜩 그쪽을 응시했다. 가을소풍 나온 유치원 아이들의 단체복과 반질반질한 머리칼 위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눈 감으면 파란 새싹이 돋는 것처럼 저 아이들은 이제 인생 1막이 한창이다. 나는 비록 지금 잡초를 죽이는 생명에 반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저 아이들을 보면서 새로운 생명의 순수함을 떠올려 보고 있다. 처음 마음, 곧 초심의 순수함을 다시금 기억하자. 불현듯 이는 세상 소욕도 넘어 설 것이다. 어느덧 폭염도 물러가는 처서(處暑)가 지난 지 오래다. 계절이 오면 지듯이 찬란하게 스러진 옛 사람의 성정은 고이 봉인하고, 새사람을 입고서 영혼의 자유로움을 꿈 꿔본다.​

 

- 구암동산 하늘문지기 허영진 목사​ 

자유게시판 목록
구분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나이는 숫자일 뿐 운영자 2017.09.18 10 876
다음글 여름과 가을 사이 운영자 2017.09.03 9 791

12192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경춘로 2536 (구암리) 하늘문교회 / 담임목사 허영진 TEL : 031-595-1534 지도보기

Copyright © 하늘문교회. All Rights reserved. MADE BY ONMAM.COM

  • Today33
  • Total89,141
  • rss
  • 모바일웹지원